서브스턴스 영화, 욕망과 균형의 경계에 대한 바디 호러물
- 영화&책/영화 리뷰
- 2025. 1. 21.
<서브스턴스>: 욕망의 형상화와 존재의 균형에 대한 탐구
욕망의 형상이 된 괴물,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균열. 영화 <서브스턴스>는 단순히 인간의 육체와 정신이 갈라지는 서사를 넘어서, 우리가 "자아"라 부르는 것의 취약한 본질을 탐구합니다. 이는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닌, 인간 내면과 사회적 구조를 해부하는 철학적 실험처럼 다가옵니다.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영화를 보신분이라면, 극 초반 복도, 화장실 연출 및 마지막 장면 등 몇몇 화면에서 오마주된 장면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색감 사용면에서도 많이 닮아 있는 영화입니다.
'서브스턴스': 단어의 의미와 철학적 함의
"The Substance." 본질, 물질, 그리고 존재의 기반. 영화 속에서 이 단어는 단순히 약물의 이름일 뿐 아니라, 우리의 존재를 지탱하는 기초적 원리를 암시합니다. 본질이라는 단어가 함축하는 의미를 살펴보면, 인간은 자신이 가진 본질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더 나은 나"를 꿈꾸는 존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서브스턴스는 단순히 육체적 젊음을 되찾는 약물이 아니라, "완벽함이라는 신화"를 실현하려는 도구입니다. 이 약물을 통해 탄생한 수(Sue)는 엘리자베스가 꿈꾸던 "최고의 자아"이지만, 영화는 냉정히 묻습니다. 최고의 자아란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아니, 그런 자아가 설사 존재한다 해도 그것은 과연 나 자신인가?
데카르트적 이원론을 넘어
영화의 핵심은 인간의 자아가 어떻게 구성되고, 그 자아가 무너질 때 우리는 무엇을 잃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데카르트의 이원론, 즉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따라가 보면, 인간의 자아는 정신(생각)과 육체의 균형 속에서 존재합니다. 하지만 서브스턴스는 이 균형을 깨뜨립니다.
수의 탄생은 육체적 매력과 젊음을 통해 완벽함을 얻으려는 욕망의 산물입니다. 그러나 수와 엘리자베스는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본질을 공유하는 두 개의 파편일 뿐입니다. 이원론적 구조를 붕괴시키는 이 파편화는, 자아의 경계가 무너질 때 나타나는 공포를 시각적으로 구현합니다.
'최고의 나'라는 환상과 균형의 붕괴
우리는 모두 "최고의 나"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를 파괴적 환상으로 묘사합니다. 엘리자베스가 수를 창조한 순간부터, 그녀의 존재는 본래의 자리를 잃고, 점차 균형을 상실합니다.
욕망이 통제되지 않을 때, 인간은 자신을 기형적으로 변형시키며 본질을 잃어갑니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변형을 넘어서,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내가 젊음을 되찾고, 외부로부터 사랑받고, 성공을 거머쥔다면, 그 순간의 나는 진정한 "나"일 수 있는가?
몸과 정신의 불가분성
<서브스턴스>는 육체적 욕망과 정신적 만족의 관계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영화 속에서 REMEMBER. YOU ARE ONE.이라는 대사는, 육체와 정신이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존재임을 상기시킵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육체를 젊음의 환상으로 치환하고, 그 결과 정신과 육체의 균형을 상실합니다.
이는 단순히 노화라는 공포를 넘어, 인간이 자신의 육체를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드러냅니다. 우리의 육체는 소비사회에서 끊임없이 "개선"과 "치환"의 대상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결국 스스로를 파괴하고, 자신을 정의하던 본질을 잃어버립니다.
괴물로 변해가는 인간, 그리고 존재의 본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수는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기형적 존재로 변합니다. 이 모습은 단순한 신체적 변형이 아니라, 욕망의 파편이 응축된 결과물입니다. 스포트라이트를 갈망하며 무대 위에 선 수는 존재 자체가 부정된 괴물로서, 관객 앞에 서 있습니다.
괴물은 우리 모두의 거울입니다. 욕망을 통제하지 못한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존재입니다. 영화는 이 순간 관객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욕망은 어디로 향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것은 진정 당신의 것입니까?"
서브스턴스의 철학적 메시지
<서브스턴스>는 인간 존재의 균형과 그 취약성을 탐구하는 철학적 공포영화입니다. 이는 단순히 바디 호러 장르에 머물지 않고,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봅니다. 젊음과 성공을 향한 집착, 욕망과 절제의 균형, 그리고 자기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영화를 넘어 우리의 현실을 반영합니다.
결말 포함 줄거리
엘리자베스의 몰락 (Elisabeth Sparkle)
50번째 생일을 맞은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은 과거에 이름을 날린 배우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업계에서 밀려납니다. 그녀가 출연하던 에어로빅 TV 쇼에서도 "새로운 세대"를 강조하며 그녀를 해고하고, 엘리자베스는 분노와 절망 속에 빠집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엘리자베스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그녀의 척추를 만지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깁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그녀는 코트 주머니에서 ‘서브스턴스’라는 USB와 메모를 발견합니다. 메모에는 "서브스턴스가 당신의 모든 것을 바꿔줄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호기심에 USB를 열어보니, ‘서브스턴스’는 인체의 척수액을 기반으로 작용하는 약물로, 복용 시 자신의 젊고 완벽한 버전의 자아를 분화시킨다는 설명이 담겨 있습니다. 이 또 다른 자아는 본체와 교대로 삶을 살며, 척수액 주사를 매일 맞아야 신체 안정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약물의 규칙을 어기면 큰 위험이 따릅니다.
엘리자베스는 처음엔 망설이지만, 프로그램에서 그녀를 대체할 젊고 매력적인 새 진행자 모집 공고를 보고 충동적으로 ‘서브스턴스’를 주사합니다.
수의 탄생 (Sue)
약물의 작용으로 엘리자베스의 척추에서 그녀의 젊고 아름다운 버전인 **수(Sue, 마가렛 퀄리 분)**가 분리됩니다. 수는 기존의 엘리자베스와는 완전히 다른 외모와 에너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수는 오디션에 참가하자마자 큰 주목을 받으며 엘리자베스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녀는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스타덤에 오릅니다. 반면,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있던 자리가 수에게 넘어가는 것을 보며 점점 더 고립감을 느낍니다.
엘리자베스는 7일 주기로 다시 자신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수의 인생이 점점 화려해질수록 엘리자베스는 본체로 있는 시간이 점점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그녀는 다시 수가 되기를 갈망하며, 스스로를 점점 파괴적인 방향으로 몰아갑니다.
규칙의 파괴
수는 자신의 젊음과 성공을 포기할 수 없었고, 7일 주기를 무시하며 계속해서 척수액 주사를 사용합니다. 이로 인해 엘리자베스의 신체는 점차 심각하게 손상되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손가락이 괴사하고, 피부와 뼈마저 기형적으로 변형됩니다.
회사에 도움을 요청한 엘리자베스는 "규칙을 잘 지키세요. 싫으면 그만두면 됩니다."라는 냉혹한 답변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미 수의 성공을 직접 목격하며 자신이 있던 자리가 대체되는 것을 본 엘리자베스는 서브스턴스 사용을 멈출 수 없습니다.
엘리자베스와 수 사이의 균형은 완전히 깨지기 시작하고, 결국 두 자아는 공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릅니다.
엘리자베스의 최후
수의 끊임없는 욕망으로 인해 엘리자베스의 몸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절망한 엘리자베스는 수를 제거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마지막 순간 수를 죽이는 데 실패하고, 역으로 수에 의해 제거됩니다.
수는 엘리자베스를 죽인 후, 대중의 사랑을 받는 새해맞이 방송의 단독 진행자로 나섭니다. 그녀는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려 하지만, 척수액 없이 안정화되지 못한 그녀의 몸은 급격히 무너져가기 시작합니다.
몬스터로 변한 수 (Monstro Elisue)
수는 자신의 몸이 망가져 가는 것을 목격하며 절망에 빠집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서브스턴스’의 활성화제(Activator)를 스스로에게 주사하며 더 아름답고 완벽한 자신이 되기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이 선택은 그녀를 완전히 비인간적인 괴물로 변하게 만듭니다.
수는 기형적인 육체를 하고 가면을 쓴 채 무대에 올라, 마지막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흉측한 모습에 관객들은 경악하며 혼란에 빠지고, 수의 몸은 점차 무너져 내립니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받고 싶었던 무대 위에서 피와 살점으로 흩어지며 비극적인 최후를 맞습니다.
피와 공허
수의 남은 육체는 결국 거리로 흘러가며 녹아내립니다. 그녀가 스포트라이트를 갈망하며 추구했던 모든 것들은 공허 속으로 사라집니다. 다음날 거리 청소기가 그녀의 잔해를 빨아들이며, 그녀의 흔적은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집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외투로 노란색 코트를 선택합니다. 매번 외출시 이 코트만 입습니다. 그녀에게는 수많은 옷이 있을 법도 하지만, 유독 이 코트를 고수합니다. 마치 그녀의 애착 아이템처럼 보일정도입니다. 노란색은 일반적으로 활력, 젊음, 희망을 상징하는 동시에, 경고와 질투의 감정을 내포하기도 합니다.
이 코트는 엘리자베스가 잃어버린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는 한편, 그녀의 욕망이 불러올 위험과 내면의 불안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옥외 광고는 엘리자베스 거실 정면과 마주 보고 있습니다. 거실벽에는 나이든 엘리자베스 액자가 걸려있죠. 정지 된 자아가 서로를 맞주보는 형상입니다. 그러나 액자에 걸린 엘리자베스 사진은 엘리자베스가 술김에 던진 물건으로 왼쪽 눈동자가 깨진 상태입니다. 영화 흐름상 엘리자베스가 먼저 수의 욕심으로 어떠한 타격을 입겠구나( 혼자 추측으로는 시력 상실이려나 했음) 상상하며 보았습니다.
바디 호러물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비추천,
[그외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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